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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

  • 작성자 사진: INSOO OH
    INSOO OH
  • 2016년 6월 5일
  • 4분 분량

작년에 출판한 '다문화 상담' 책이 2016 대한민국학술원에서 선정하는 우수학술도서로 채택되었다. 출판사에서 보내오는 신간도서 브로셔를 보면 이처럼 우수도서로 선정된 책들을 앞부분에 모아 광고를 한다. 그런 책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는데 내가 번역한 책이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니 신기하고 믿겨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몇 권의 책을 번역했었는데 솔직히 가장 흥미롭게 읽고 번역한 책이다.

상담을 공부한 이후 내가 만나는 학생들이 문화적 존재(cultural being)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고 상담이 곧 상담자와 내담자의 두 문화적 존재가 만나 문화적 소통을 하는 관계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다문화적 관점에서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기 어렵다. 한 가지 욕심, 아니 바람이라면 다음에는 번역서가 아닌 내가 직접 저술한 책이 우수도서로 선정되는 것이다. 아직은 좋은 책을 쓸만한 학식도 부족하고 여력도 없지만 언젠가는 도전해 보고 싶다. 퇴임하신 교육학과의 오욱환 교수님처럼.....

이 책의 역자서문을 아래에 붙인다.

이 책의 저자는 서문의 첫 문장에서 다문화 상담이 상담 프로그램에서 매우 중요한 과목이 되었다고 기술하였다. 그러나 아직 한국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 다문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연구가 증가하고 있고 다문화 관련 과목의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아직까지 상담분야에서 필수과목으로 일반화되지는 못한 실정이다. 그러나 상담과 관련된 여러 과목을 배우고 가르치면서 다문화 상담만큼 중요한 과목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나의 개인적 경험과 변화를 간단히 나눔으로써 다문화 상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이 책과의 만남이 가지는 의미와 특징을 덧붙이고자 한다.

다문화를 “공식적”으로 처음 접한 것은 20여 년 전 석사과정 유학시절 다문화 상담 과목을 통해서였다. 백인이 다수인 학생 틈에서 흑인 교수님을 통해 이 과목을 배웠고 나는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 집단의 차이에 대해 배우는 것은 재미있었고 아시아계 미국인에 관한 발표를 하면서 동양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기도 했다. 생애 처음으로 다양한 인종과 민족 집단과 함께 생활하면서 다양성에 자연스럽게 적응하였다. 백인과 그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선호했으며 백인 룸메이트를 통해 빨리 백인의 문화에 동화되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다른 인종과 민족 집단이 보이는 문화적 차이로 다양성의 의미를 생각했었다. Helm의 이론을 빌면 만남전(Preencounter) 혹은 동화(Conformity)의 단계적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한국으로 귀국 후 학교 상담실을 5년간 운영하였는데 그 당시 나는 다문화 상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상담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만나는 내담자는 모두 한국인이었고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인종, 민족성과 연령이란 측면에서 동질집단인 나의 내담자들에게 미국에서 배운 다문화 이론은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당시에는 “다문화”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문화 상담에 대해 하나만 알고 둘을 몰랐던 시기였다. 당시 나는 가정형편이 매우 어려웠던 학생(사회경제수준), 친구들이 여자 같다고 놀림을 받던 남학생(성적지향성), 미국에서 이민 와서 학습부진을 보였던 학생(언어), 휠체어를 타고 등교를 해야만 했던 학생(장애)을 상담한 기억이 나는데 이 책은 이러한 주제들과 관련하여 어떻게 상담자가 효과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아직까지 다문화 상담이라고 하면 국제결혼가정의 자녀로 상담의 범위를 국한하는 경향이 있는데 다문화의 범위는 인종과 민족성을 넘어 연령, 성별, 사회적 계층, 종교와 영성 및 장애를 포함하여 매우 광범위하다.

그처럼 다문화 상담을 배웠음에도 상담에 효과적으로 적용하지 못했던 5년간의 상담 경험 이후 다시 미국에서 박사과정 중 다문화 상담 심화 과목을 듣게 되었다. 석사과정에 비해 다루는 다양성은 보다 다양화되었고 강의와 발표 중심이 아닌 토론과 탐색 중심의 수업을 통해 다문화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소수민족의 억압(oppression)과 백인의 특권(privilege)을 논의할 때 흑인 학생들은 거침없이 사회적 불평등와 인종차별을 털어 놓았고 수업은 논의가 진행될수록 긴장의 연속이었다. 특히 학생 중에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학생이 있었고 성적지향성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에 관해 깊은 탐색과 성찰이 이어졌다. 이 당시에도 나는 유일한 동양인이었지만 동양인으로서의 자신보다는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지닌 자신에 대해 탐색할 수 있었다. 내가 유럽계 미국인과 비교하여 얼마나 집단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는지, 이성애자로서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어떠한지, 권력과 부를 소유한 소수의 상위 계층에 대한 반감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나의 기독교적 철학과 세계관이 상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깊이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험은 또 다른 다문화적 탐색의 체험이 되었다. 남성으로서 누렸던 특권이 무엇이었는지를 절실히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화여대에는 남자 화장실이 있느냐?”는 질문을 최근까지도 받는다. 당연히 남자 화장실이 있지만 그 수는 적다. 성별 때문에 화장실을 찾으러 다녀야 하거나 한 층을 더 올라가는 나의 경험은 그 동안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받았을 사회적 불평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러한 다문화적 인식과 지식은 나의 행동 반응을 이끌었고 여성의 문화적 특성을 감안하여 수업하는 기술도 습득할 수 있었다. 발표수업의 경우 사실을 중심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여대생의 특성에 맞춰 정서적 지지에 초점을 둔다. 피드백 용지를 색지에 인쇄해 주고 섬세한 강의계획서 제작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처럼 지난 20여 년간 일련의 다문화 상담 훈련과 경험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다문화적 인식과 지식이 향상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과 지식은 다문화적인 상호작용 기술 향상의 밑거름이 되었다. 평생 지속될 이러한 다문화적 여정에서 이 책과의 만남은 다문화적 역량을 한 층 더 신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의 다문화 교재들이 인종과 민족 집단의 차이에 중점을 둔 것과 달리 이 책은 억압과 권력의 구조적 측면이 다양한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는 인종과 민족 집단의 특성이 미국의 상황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외국의 교재들로 수업을 할 때 많은 제한점이 있었다. 반면 이 책은 인종과 민족성 이외에 정체성의 보다 다양한 측면들, 예를 들어, 성별, 연령, 성적지향성, 신체 및 정신능력, 사회경제적 수준과 종교적 정체성을 다루었기 때문에 한국의 상담 상황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이론적 내용과 상담의 실제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상담사례를 제시한 점이다. 각 장의 주요 주제를 잘 반영하는 다양한 사례를 발굴하여 제시하였고 사례에 숨겨진 쟁점을 파헤칠 수 있는 핵심적 사례논의 질문이 제시되어있다. 이어서 사례의 주요 쟁점에 대한 저자의 분석 및 시사점을 제시하여 핵심 주제를 보다 현장감있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하나의 큰 장점이라면 매 장마다 주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생각해볼 질문’을 요소요소에 제시한 점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성찰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문화적 인식이 깊어지고 감수성이 신장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제시된 질문은 각 장의 말미에 목록으로 제시하여 실제 상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활용도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찰활동을 제시하여 관련 주제를 직접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함께 나눌 수 있도고 유도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 속에 감춰져있고 숨겨져 있던 다문화적 주제들을 끄집어내어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책의 출판은 함께 이 책을 읽으며 토론했던 이화여대 교육심리·상담 박사과정생인 최임순, 김남이, 이지은, 박정희, 모정은, 이수경, 전선미 학생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 학기 동안 다문화 상담의 여정에 함께 참여하며 다문화적 관점에서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경험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지난 1년간 번역의 과정은 길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한 줄 한 줄 옮기며 저자의 날선 통찰력과 섬세함에 놀랐고 스스로 성장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부디 이 책이 다문화 상담을 시작하는 여러 예비 상담자에게 좋은 책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또한 나에게 다문화 상담 과목을 통해 문화적 역량을 키워주신 웨스트 체스터 대학의 Dr. Lynn Spradlin 교수님과 펜실베니아주립대의 Dr. Christine Bischke 교수님에게 감사를 표한다.

2015년 1월

이화 동산에서

오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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